'박인성의 중국현대사' 초판의 집필동기는 중국 항저우시 중고책방에서 발견한 '펑더화이 자술'이란 제목의 책을 통해서 만난 펑더화이와의 운명적 만남이었습니다!
제가 저장성(浙江省) 항저우 소재 저장(浙江)대학 토지관리학과와 도시관리학과에 교수로 근무하던 시절(2004~2014년)에 가끔 종종 책구경 하며 기분전환하러 가던 중고책 서점이 학교에서 자전거로 10여 분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전공분야인 도시나 부동산, 또는 소설이나 역사 관련 제목의 책을 들춰보다가 몇 권 사오곤 했었고, 그날도 그렇게 그 서점에 갔던 그 어느 날, 지하 서점 서가 한쪽에 꽂혀 있던 '펑더화이 자술(彭德怀自述)'이란 책이 눈에 잡혔고, 순간 “왜 ‘자술(自述)’이라 했을까?”란 의문과 호기심에 그 책을 뽑아 들고 선 채로 대강 훑어 보앗습니다. 곧 책의 내용이 일반적인 회고록이나 자서전류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펑더화이가 누구인가? 1950년 6월에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에 중공 지원군 총사령관으로서, 압록강 변까지 밀고 올라온 미군과 국방군을 다시 서울 남쪽 안성-제천-삼척 선까지 밀어붙이고 미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과 공방전을 벌인 끝에 결국 정전협정을 체결하고 개선장군으로 베이징으로 귀국한 사람입니다. 귀국 후에는 중공 통치하의 중화인민공화국에서 국방부 부장(우리의 장관급)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원 부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중국 군부내 실권자로 승승장구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1959년 장시성(江西省) 루산(盧山)에서 개최된 중공 중앙정치국 확대회의(1959. 7.2-8.1)와 이어서 개최된 8기8중전회(8.2-8.16) 기간중에 마오쩌동(毛澤東)에게 ‘대약진운동’ 중에 발생한 문제점을 개인 서신을 통해서 직언한 후 ‘우파 반혁명 집단 두목’, ‘소련 첩자’로 몰려서 숙청당했고, 이어서 1966년, 이른바 ‘문화대혁명’ 발발 후에는 전담 조사조(專案組)와 홍위병들에게 심문과 학대, 폭행을 당하다 1974년 11월 29일, 구금 상태로 베이징의 군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심신이 파괴된 상태로 한을 품고 죽었습니다.
그 책 '펑더화이 자술'은, 이른바 ‘문화대혁명’이 발발한 후에 펑더화이가 한편으로는 홍위병들에 의해 공개 비판대회에 끌려 나가 학대와 폭행을 당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짜 맞추기 의도를 갖고 심문을 진행한 전담 조사조의 강압적 요구에 따라 백지 위에 수차례 작성했던 진술서 내용을 ‘문혁’이 끝난 후 펑더화이의 명예가 회복된 후에 출간한 책이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전기류 책의 내용과 달리) 그 내용에 한 치의 미화나 과장 같은 게 있을 수 없을 것이니 중공 내부의 실제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매우 좋은 자료였습니다.
책값을 지불하고, 서점 문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숙소인 저장대학 화자츠(華家池) 캠퍼스 내 교직원 아파트까지 오는 중에도 책 내용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었기에 숙소에 도착한 즉시 그 책을 꺼내 들고 펼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을수록 펑더화이의 성장과정과 후난성(湖南省) 지방군벌군대 입대후 장병 시절과 홍군과 팔로군, 인민해방군 시절의 전적과 행동, 그리고 그의 인간적 자질과 성품에 끌려들어갔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 문득, 억울하고 한맺힌 펑더화이의 영혼이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줄 사람을 찾아 헤매다 나를 찾아온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중국어로 된 책을 밤을 세고 그 다음날 저오 무렵까지 집중해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날 이후, 틈나는 대로 펑더화이, 그리고 그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과 중공 역사 흐름 속의 주요 사건 관련 문헌들을 수집하고 읽고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실과 숙소가 있던 저장대학 화자츠 캠퍼스 내 도서관부터 시작하여 위췐(玉泉), 시시(西溪), 쯔진강(紫金港) 등 항저우 시내에 분산 소재한 저장대학 각 캠퍼스 내의 도서관부터 시작했고, 저장성 성 도서관, 항저우 시내 문2로(文二路)에 있는 보쿠서점(博庫書店: 구 신화서점)과 중고서점들, 그리고 상하이, 베이징, 우한(武汉), 허페이(合肥), 창샤(长沙), 충칭(重庆), 청두(成都), 시안(西安), 란저우(兰州), 난창(南昌) 쿤밍(昆明), 션양(沈阳), 하얼빈 등 중국 내 각 도시의 대형서점과 중고서점, 거리 책장사의 책 더미 속 등등…….
그렇게 펑더화이에 대한 관심이 중공 당사(党史)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고, 또 그렇게 정리·축적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자고 구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초판 '박인성의 중국현대사'의 집필동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던 중에 2014년 9월에 저장대학 생활을 마치고 항저우에서 귀국했고, 귀국 후 충남 공주시에 있는 충남연구원 중국연구팀 팀장으로, 그리고 한성대학교 부동산대학원에 한중부동산 컨설팅 전공을 개설하고 전공주임교수로 근무하며 적응과 정착을 위해 바쁘게 일하던 시기에도 틈틈이 원고 내용을 보완하고 수정했습니다.
초판 출간 이후에도 중국현대사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개정판 작업을 하던 중에, 티스토리와 브런치라는 플랫폼 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이제 이곳에서 그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곳에 처음 올리는 글이라 아직 잘 모르고 서툰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실천 속에서 부딪히며 배우고 익히고자 글 올리는 점 양해를 구합니다.
한편, 2021년 5월부터는 유튜브 강좌 ‘북연TV-중국현대사' 강좌를 개설하고 같은 제목의 동영상 강의를 재편집분까지 총55회분을 제작·연재하면서, 그런 과정중에 원고 내용을 다시 또 다듬고 다듬어서 올해(2023년) 5월 하순에 한울출판사를 통해서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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